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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일기

다시 시작하는 사진 이야기, 내가 사진을 선택했던 이유

by my-on-note 2026. 10. 27.

어릴 때 우리 집 앨범을 한 장 한 장 넘겨보면, 사진 속 사람들은 늘 지금의 나보다 훨씬 더 멋지고 빛나 보였다. 흑백이나 빛바랜 컬러 사진 속이었지만, 그 안의 풍경은 평범한 일상이라 할지라도 마법처럼 특별한 순간으로 변해 있었다. 특히 엄마의 표정은 현실의 고단함과는 거리가 멀어 보였고, 마치 영화 속 한 장면처럼 조금 더 반짝이는 아우라를 뿜어내고 있었다. 

그 시절의 어린 나에게는 그 이유를 명확히 알 길이 없었다. 다만 막연히 사진 속 사람들은 우리가 흔히 매체를 통해 접하는 연예인들처럼, 혹은 근사한 영화 속 주인공들처럼 특별한 존재들인 것만 같았다.

엄마 역시 사진을 찍고 기록하는 일을 참 좋아하셨다. 꼭 기념일이나 여행 같은 특별한 날이 아니더라도, 집안에서 문득 카메라를 꺼내 들고는 “자, 다들 이쪽 봐. 한 장 찍자!” 하시던 그 다정한 목소리가 이상하리만치 오래도록 마음에 남았다. 참 신기하게도, 엄마가 뷰파인더 너머로 찍어준 사진 속의 나는 평소의 내 모습보다 훨씬 더 당당하고 생기 있어 보였다. 거울을 볼 때는 느끼지 못했던 내 안의 또 다른 당당함을 그 작은 인화지가 보여주는 것 같았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나도 직접 카메라를 손에 쥐고, 누군가의 모습을 담아보고 싶다는 소망을 품게 되었다.

그런 호기심과 동경은 자연스럽게 사진이라는 세계로 나를 이끌었다. 고등학교에 진학한 후, 망설임 없이 사진 동아리에 문을 두드렸고, 그곳에서 본격적으로 필름 카메라와 디지털카메라를 만지며 친구들의 일상을 기록하기 시작했다. 무거운 카메라를 들고 교정을 누비며, 뷰파인더를 통해 친구들의 웃는 얼굴, 무언가에 열중하는 진지한 눈빛, 그리고 교실 창가로 스며드는 따스한 햇살을 담아내는 과정은 그 자체로 거대한 신세계였다. 셔터를 누르는 짧은 순간 속에서 세상이 멈추고 오직 그 순간만이 영원히 기록되는 경험은 내게 말할 수 없는 희열을 주었다.

바로 그때 나는 비로소 알게 되었다. 사진이라는 작업은 단순히 눈앞의 풍경을 예쁘고 선명하게 남기는 기술적인 행위가 아니라는 것을 말이다. 그것은 셔터를 누르는 그 찰나의 순간에 머물러 있는 그 사람의 시간, 그리고 고스란히 담긴 마음의 온도를 함께 포착해 영원히 박제하는 일이었다. 내가 찍은 사진 속에서 친구들이 행복해하고, 그로 인해 그 시절의 소중한 추억이 더 예쁘게 기억되는 것을 보며 나는 큰 보람과 깊은 애정을 느끼게 되었다.

결국 나는 이러한 경험들이 차곡차곡 쌓여 자연스럽게 사진을 전공으로 선택하기에 이르렀다. 누군가에게는 대단한 인생의 결심이나 거창한 포부처럼 보였을 수도 있겠지만, 내겐 전혀 그렇지 않았다. 어릴 적 엄마가 건네주던 따뜻한 시선부터 시작해, 학창 시절 동아리방에서 느꼈던 작은 설렘까지, 오랜 시간 동안 마음속에 차곡차곡 쌓여온 사진을 향한 애정이 어느 날 자연스럽게 한 방향으로 모인 필연적인 과정이었다. 사진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 자체가 나의 일부가 되어버렸달까.

하지만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로 나와 치열하게 부딪히며 살아가다 보니, 삶의 무게에 치여 사진은 한동안 내 일상에서 점점 멀어지기 시작했다. 하루하루 먹고사는 일에 바쁘다 보니 카메라를 챙길 여유는 사라졌고, 한때 나의 전부였던 카메라는 어느새 방구석 깊은 서랍으로 들어가 먼지만 쌓여갔다. 사진을 향했던 뜨거웠던 열정도 그렇게 기억의 뒤편으로 묻히는 줄로만 알았다. 카메라를 들어 올리던 내 손목의 감각마저 흐릿해질 정도로 시간이 흘러버린 것 같았다.

그러던 어느 날, 문득 정리되지 않은 채 방치되어 있던 아주 오래된 디지털 사진 파일을 열어보게 되었다. 마우스 스크롤을 내리며 과거의 폴더들을 클릭하는 순간, 화면 속에서 쏟아져 나오는 풍경과 사람들의 표정은 단순히 시각적 기억 그 이상이었다. 그 사진들이 찍혔던 당시에 내가 느꼈던 공기의 온도, 코끝을 스치던 계절의 냄새, 그리고 함께 웃고 떠들던 사람들의 목소리까지 고스란히 한꺼번에 밀려오는 거대한 기분이 들었다. 화면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나는 그 시절의 나로 돌아간 듯한 착각에 빠졌다.

모니터 앞에서 멍하게 과거를 바라보다가 깊은 깨달음이 찾아왔다. '아, 나는 그동안 바쁘다는 핑계로 잊고 있었지만, 사실 사진을 단 한 순간도 완전히 놓은 적이 없었구나.' 서랍 속에서 잠들어 있던 기억이 깨어나는 순간이었다. 단지 일상의 파도에 휩쓸려 잠시 그 열정을 덮어두었을 뿐, 사진은 내 안에서 여전히 숨 쉬고 있었다. 다시금 가슴 한구석에서 묘한 설렘이 피어오르는 것을 느꼈다.

비록 구구 학번이라는 옛 시절에 아날로그와 디지털의 경계에서 사진을 치열하게 공부하던 그때와 지금의 세상은 기술적으로도, 환경 측면으로도 너무나 많이 달라졌다. 스마트폰 하나면 누구나 전문가 못지않은 고화질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시대가 되었으니까. 인공지능이 눈 깜짝할 사이에 멋진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놀라운 세상이기도 하다. 하지만 사진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고, 마음의 설렘을 느끼던 그 본질적인 감정만큼은 그때나 지금이나 내 안에 고스란히 그대로 남아 있었다. 렌즈를 통해 세상을 관찰하고, 그 속에서 아름다움이나 특별한 순간을 포착해 내는 기쁨은 기술이 발전해도 절대 변하지 않는 영역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제, 나는 다시 한번 사진 이야기를 천천히 꺼내보려고 한다. 머릿속을 복잡하게 만드는 거창한 광학 이론이나 딱딱한 기술 설명만 늘어놓기보다는, 내가 오랜 시간 직접 배우고 겪어온 생생한 경험을 바탕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갈 예정이다. 사진을 처음 접하는 초보자분들도 마치 옆 사람에게 이야기하듯 편안하게 이해할 수 있도록, 그리고 가끔은 나의 소소한 일상과 진솔한 감정들을 자연스럽게 녹여내어 읽는 재미를 더하고 싶다. 단순히 정보만 전달하는 글이 아니라, 사진을 통해 독자분들과 따뜻한 교감을 나누고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다. 

아주 오래전, 우리 집 앨범 속에서 나를 향해 미소 짓던 엄마의 따뜻한 눈빛처럼, 이 글을 읽는 누군가에게도 내 이야기를 통해 “사진이라는 것이 문득 조금 더 다정하고 따뜻하게 느껴지는 순간”이 찾아온다면 그것보다 더 바랄 나위가 없겠다. 나의 지난 시간을 되돌아보고, 앞으로 사진을 통해 만들어갈 새로운 이야기들을 기대하며, 이 첫 번째 발걸음을 힘차게 내딛고자 한다. 

지나간 추억을 붙잡고 가만히 숨을 고르듯, 오늘 이 첫 번째 글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