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을 찍고 나서 보면 이런 경우가 있어요. 분명 사람 얼굴에 초점을 맞췄는데 눈은 선명하고 귀는 조금 흐릿하게 나오는 거예요. 또 어떤 사진에서는 앞에 있는 사람부터 뒤쪽 풍경까지 꽤 또렷하게 보이고요.
둘 다 초점을 맞추고 찍은 사진인데 왜 이렇게 다르게 나오는 걸까요?
이 차이를 이해하려면 초점과 함께 ‘심도’를 알아두면 좋아요. 이름만 들으면 조금 어렵게 느껴질 수 있지만, 사진에서 어디까지 선명하게 보이게 할지를 생각하는 거라고 보면 돼요. 오늘은 초점과 심도가 어떻게 다른지, 실제로 사진을 찍을 때는 무엇을 바꾸면 되는지 자세히 이야기해 볼게요.
1. 초점은 맞추는 곳, 심도는 선명하게 보이는 범위예요
초점은 내가 또렷하게 담으려고 맞춘 지점이에요. 아이를 찍는다면 눈에, 꽃을 찍는다면 보여주고 싶은 꽃잎이나 꽃술에 초점을 맞출 수 있겠죠.
그런데 사진에서는 초점을 맞춘 딱 한 지점만 보이는 게 아니잖아요. 그 지점의 앞뒤로도 어느 정도는 선명하게 보이는 부분이 있어요. 이렇게 사진에서 선명하다고 느껴지는 거리의 범위를 ‘피사계 심도’라고 해요. 보통은 줄여서 심도라고 부르고요.
선명하게 보이는 범위가 좁으면 ‘심도가 얕다’, 그 범위가 넓으면 ‘심도가 깊다’고 해요.
예를 들어 컵에 초점을 맞췄을 때 컵은 또렷하고 뒤쪽 식탁이나 의자가 많이 흐려진다면 심도가 얕은 사진이에요. 반대로 컵과 식탁, 뒤쪽 공간까지 비교적 선명하게 보인다면 심도가 깊은 사진이라고 할 수 있어요.
여기서 알아둘 점은 선명함의 경계가 선을 그은 것처럼 딱 나뉘지는 않는다는 거예요. 초점을 맞춘 거리에서 멀어질수록 조금씩 흐려지는데, 우리가 보기에 충분히 선명한 범위를 심도라고 생각하면 이해하기 편해요.
2. 조리개를 바꾸면 심도도 달라져요
앞에서 조리개 이야기를 했었는데요. 조리개는 빛의 양뿐 아니라 심도에도 영향을 줘요.
같은 자리에서 같은 렌즈로 같은 곳에 초점을 맞췄다고 할 때, 조리개를 많이 열면 선명하게 보이는 범위가 좁아져요. 반대로 조리개를 조이면 그 범위가 넓어지고요.
F값으로 보면 F1.8이나 F2.8처럼 숫자가 작을 때는 심도가 얕아지기 쉽고, F8이나 F11처럼 숫자가 커지면 심도가 깊어지는 쪽으로 바뀌어요.
그래서 인물 뒤의 복잡한 배경을 흐리게 정리하고 싶을 때는 조리개를 열어볼 수 있어요. 여행지에서 사람과 주변 풍경을 함께 보여주고 싶다면 조금 조여보는 거고요.
다만 ‘인물은 무조건 F1.8, 풍경은 무조건 F11’처럼 외울 필요는 없어요. 같은 F값이어도 촬영 거리나 사용하는 렌즈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거든요. 숫자는 시작점으로 삼고, 찍은 사진을 보면서 조절하는 편이 좋아요.
3. 가까이 다가갈수록 선명한 범위가 좁아져요
심도를 바꾸는 건 조리개만이 아니에요. 카메라와 촬영 대상 사이의 거리도 중요해요.
같은 렌즈와 조리개를 사용하더라도 가까운 대상에 초점을 맞출수록 심도가 얕아져요. 꽃이나 작은 소품을 가까이에서 찍으면 일부만 선명하게 나오는 이유가 여기에 있어요.
음식 사진에서도 쉽게 볼 수 있어요. 접시 가까이에서 찍었더니 앞쪽 음식은 선명한데 뒤쪽 음식은 흐려지는 경우가 있죠. 이럴 때는 조리개를 조금 조이거나, 촬영 대상에서 한 걸음 물러나 찍어보면 선명하게 보이는 범위를 늘리는 데 도움이 돼요.
반대로 배경을 더 흐리게 만들고 싶다면 대상에 조금 가까이 다가가 볼 수 있어요. 물론 렌즈가 초점을 맞출 수 있는 최소 거리보다 가까이 가면 초점이 잡히지 않으니 그 부분은 확인해야 하고요.
설정만 계속 바꾸기보다 내가 서 있는 위치를 바꿔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에요. 생각보다 작은 거리 차이로 사진이 달라지기도 하거든요.
4. 배경을 멀리 두는 것도 도움이 돼요
인물을 찍는데 뒤쪽 벽이나 물건이 너무 또렷해서 신경 쓰일 때가 있어요. 이런 경우에는 사람을 배경에서 조금 떨어뜨려 보세요.
카메라와 사람 사이의 거리는 비슷하게 유지하면서 사람과 배경 사이를 멀리 두면, 배경의 흐림이 더 두드러질 수 있어요. 벽 바로 앞에 서 있을 때보다 벽에서 몇 걸음 떨어져 있을 때 배경을 정리하기 쉬운 거예요.
다만 배경이 더 흐려 보이는 것과 심도가 얕아지는 것을 완전히 같은 뜻으로 생각하지는 않는 게 좋아요. 배경과의 거리를 바꾸는 것은 주로 배경이 얼마나 흐려 보이는지에 영향을 주는 방법이에요.
처음에는 이 차이가 조금 헷갈릴 수 있어요. 우선은 ‘선명하게 보이는 범위’와 ‘뒤쪽 배경의 흐림 정도’를 나눠서 살펴보면 돼요. 직접 두 장을 찍어 비교하면 설명만 읽는 것보다 훨씬 쉽게 느껴질 거예요.
5. 아이를 찍을 때는 심도가 너무 얕아도 어려워요
배경이 부드럽게 흐려진 인물 사진은 예뻐 보여요. 그래서 처음에는 조리개를 최대한 열고 찍고 싶어지기도 해요.
그런데 아이를 찍을 때는 조금 다르게 생각할 필요가 있어요. 아이들은 가만히 있는 것 같아도 고개를 움직이고, 몸을 앞으로 내밀고, 금방 다른 곳으로 가잖아요.
심도가 아주 얕으면 초점을 맞춘 뒤 아이가 조금만 움직여도 눈이 선명한 범위에서 벗어날 수 있어요. 눈에 초점을 맞췄는데 나중에 보니 코나 머리카락 쪽이 더 선명한 사진이 나올 수도 있고요.
이럴 때는 조리개를 조금 조여서 여유를 주는 편이 도움이 돼요. 예를 들어 F1.8로 찍고 있었다면 F2.8이나 F4로 바꿔서 결과를 비교해 보는 거예요. 이 숫자가 모든 상황의 정답은 아니지만, 선명하게 보이는 범위가 어떻게 달라지는지 확인하기에는 좋아요.
물론 아이가 움직여서 생기는 흔들림은 셔터스피드도 함께 봐야 해요. 조리개를 조이면 들어오는 빛이 줄어드니까, 셔터스피드가 너무 느려지지 않는지 확인하고 필요하면 ISO를 올려줘야 하고요.
6. 여러 사람을 찍을 때는 얼굴의 위치를 살펴보세요
두 사람 이상을 찍을 때도 심도를 생각하면 좋아요. 한 사람은 선명한데 다른 사람은 흐리게 나오는 사진이 있거든요.
특히 사람들이 앞뒤로 떨어져 서 있으면 이런 차이가 생기기 쉬워요. 카메라에서 각 사람까지의 거리가 다르기 때문이에요.
단체 사진에서는 가능하면 얼굴들이 카메라에서 비슷한 거리에 놓이도록 서는 게 도움이 돼요. 조리개도 너무 활짝 열기보다는 인원과 줄의 깊이에 맞춰 조여주는 편이 좋고요.
사진을 찍은 뒤에는 화면 전체만 보고 넘어가지 말고 얼굴 부분을 확대해 보세요. 가운데 사람뿐 아니라 가장자리나 뒤쪽에 있는 사람의 얼굴도 확인하는 거예요. 작은 화면에서는 괜찮아 보였는데 크게 보면 차이가 드러날 때가 있어요.
7. 같은 장면을 세 번 찍어보면 이해하기 쉬워요
심도는 설명을 오래 읽는 것보다 직접 비교해 보는 게 도움이 돼요. 집에 있는 컵이나 작은 화분 하나만 있어도 연습할 수 있어요.
먼저 물건을 놓고 그 뒤쪽에 책이나 의자가 보이도록 해보세요. 카메라 위치와 초점을 맞출 곳은 그대로 두고, 조리개만 바꿔서 세 장을 찍는 거예요.
렌즈에서 사용할 수 있다면 F2.8, F5.6, F11 정도로 바꿔보세요. 가장 작은 F값이 F4인 렌즈라면 F4부터 시작해도 괜찮아요. 조리개 우선 모드를 사용하면 조리개 변화에 맞춰 카메라가 셔터스피드를 조절해 주니 비교하기 편해요. 실내에서는 셔터스피드가 느려질 수 있으니 카메라를 안정적으로 받쳐두고요.
사진을 비교할 때는 배경만 보지 말고 물건의 앞부분과 뒷부분도 함께 살펴보세요. 어디까지 또렷하게 보이는지 보는 거예요.
그다음에는 조리개를 하나로 고정하고, 물건과의 거리를 바꿔서 찍어보세요. 한 번에 한 가지씩 바꿔야 무엇 때문에 달라졌는지 알기 쉬워요.
마치며: 모두 선명해야 좋은 사진은 아니에요
사진을 찍다 보면 전체가 또렷해야 잘 찍은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어요. 반대로 배경이 많이 흐려져야 좋은 사진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고요.
그런데 심도는 어느 쪽이 더 좋다고 정해져 있는 건 아니에요. 내가 사진에서 무엇을 보여주고 싶은지에 따라 선택이 달라지는 거예요.
아이의 표정에 시선이 모이게 하고 싶다면 주변을 흐리게 정리할 수 있어요. 아이와 함께 갔던 여행지의 분위기를 남기고 싶다면 풍경도 알아볼 수 있게 담는 편이 좋겠죠.
저는 사진을 설명할 때 숫자만 외우기보다, 그 숫자를 바꿨을 때 사진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함께 보는 게 좋다고 생각해요. 그래야 다음에 비슷한 장면을 만났을 때 직접 판단하기가 쉬워지거든요.
오늘 사진을 찍는다면 초점을 어디에 맞출지만 생각하지 말고, 그 앞뒤로 어디까지 선명하게 남기고 싶은지도 한번 살펴보세요. 그 작은 선택이 사진에서 무엇을 먼저 보게 할지 바꿔줄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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